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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재정통합을 두려워 하는가?
2002.01.12
자영자 | 조회 132
재정통합은 봉급쟁이를 울린다?

국민건강보험 재정분리론의 허구적 논리…
집단이익 챙기려고 사회적 연대 깨뜨려


“봉급쟁이가 봉이냐!”

봉급쟁이 처지에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다. 연말이면 몇푼 안 되
는 세금 정산을 받기 위해 딸아이 유치원 등록금 영수증과 병원 감기
진료비 영수증까지 따글따글 긁어 챙겨야 하는 ‘유리지갑’의 비애
를 알아주는 이 누가 있었던가. 더구나 평범한 봉급쟁이가 아닌 사람
들, 이를테면 언론인이나 국회의원, 기업가, 의사들이 이런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면 눈물겹게 고마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뜻밖의 사람들
이 봉급쟁이를 걱정해준다는 사실이 어딘지 낯설고 조금 찜찜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봉급쟁이를 걱정하는 진짜 이유


지난 1월4일 여·야는 올 1월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을 1년6개월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국
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재정분리 법안을 기습처리한 뒤 여·야의 팽팽
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타협물이다. 그동안 재정분리를 주창해왔던 쪽
의 주요 논리는 재정을 통합하면 직장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의 일부를
지역가입자들이 쓰게 된다는 것. 지역가입자 가운데는 소득을 터무니
없이 낮게 신고하는 변호사, 의사, 룸살롱 주인들도 수두룩하다는 것
이다. 봉급쟁이 처지에서는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재정통합=직장가입자 손해’라는 등식을 떠받치는 핵심 근거는 지역
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다. 수입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봉급쟁이의 소득
파악률이 100%인데 비해 지역가입자의 현재 소득파악률은 34.4%다. 사
회보험 원리상 소득이 많을수록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하는데, 지역
가입자들은 소득을 감추고 턱없이 낮은 보험료를 내며 오히려 없는 사
람들 호주머니를 털어간다는 얘기다. 이런 형편에서 지역재정과 직장
재정을 통합하면 직장인 돈으로 고소득 자영업자의 진료비를 대주는
상황이 온다는 게 재정분리론의 요체다.

그런데 봉급쟁이 편이라고 믿었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오히려 엉뚱한 소
리를 하니 어리둥절할 노릇이다. 경실련·참여연대 등 내로라 하는 시
민단체와 노동·농민·빈민·소비자·장애인·보건의료 부문 단체 등
40여개 단체에 학계 전문가들까지 참여하는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
한 범국민 연대’(건강연대)는 “재정통합을 즉각 실시하라”고 주장
하며, 엄동설한에 한나라당 당사에 달걀을 내던지는 항의시위까지 벌
였다. 드디어 시민사회단체들이 돈없는 봉급쟁이들을 배신하고 돈많
은 자영업자들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 것일까.

‘근로자는 봉이 아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지난해 11월31일 작성한 ‘건강보험 재정
분리론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자료에 나오는, 칼로 베어내듯 단호
한 표현이다. 그리고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재정통합으로 근로자
는 손해가 아닌 이익을 봄.’ 봉이 아니라 오히려 이익이란다. 재정통
합과 분리문제를 둘러싸고 “봉급쟁이가 봉이냐!”라고 외치는 세력
과 “봉급쟁이는 절대 봉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세력 사이의 간극은
한없이 넓고, 그 사이에서 봉급쟁이가 자신의 좌표를 정하기란 쉽지
않다.


반대론의 근거인 소득파악률에 대한 억지

도대체 ‘소득파악률’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이처럼 혼돈스런 상황을
만드는 걸까. “오해가 있다. 지역가입자 소득파악률이 34.4%라는 말
은 100원을 번 지역가입자가 34.4원만 소득신고를 한다는 뜻이 아니
다. 국세청에서 과세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지역가입자 비율이 34.4%라
는 뜻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엄격히 말하면 소득파악률이라
는 표현은 과세자료 확보율이라고 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봉
급쟁이가 상대적으로 65.6원을 손해본다는 단순한 산술은 성립하지 않
는다는 얘기다.

국세청쪽은 아예 펄쩍 뛴다. “그런 개념은 국세청에는 존재하지도 않
는다. 복지부쪽에서 소득파악률이라는 표현을 쓰는 바람에 우리만 억
울하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국세청 소득세과 관계자
는 “복지부에서 말하는 소득파악률은 전체 지역가입 세대 가운데 과
세자료가 있는 세대의 비율인데, 우리는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들의 과
세자료를 거의 확보하고 있다”며 “지역가입자의 과세자료 확보율이
낮은 건 그 안에 사업자등록을 하기 어려운 영세사업자와 저소득근로
자, 소득이 없는 사람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의 ‘사업체기초통계조사 분석’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전
체 지역가입자(836만 세대) 가운데 순수 자영업자는 30%에 그친다. 영
세사업장 노동자나 임시직·일용직·계약직·파견직 노동자 등 직장가
입자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가 40∼50%를 차지한다. 농어업 종사자는
20%, 나머지는 실업자 또는 잠재 실업자다. 그런데도 재정분리론자들
은 “소득파악률이 70%는 돼야 통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자영
업자가 30%밖에 안 되는데 무슨 수로 지역가입자 과세자료 확보율을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분리론자들 가운데는 ‘소득파악률 70%’를 과세자료 확보율이 아니
라 실소득에 대한 신고소득의 비율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자영업
자들이 100원을 벌었으면 적어도 70원은 벌었다고 신고해야 통합 가능
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복지부와 국세청쪽은 어처구
니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실소득의 70%가 얼마인지 안다는 건 실소
득을 100% 파악했다는 얘기인데, 70%라는 수치가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소득파악률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든, 70%라는 수치는 난
센스, 허깨비라는 얘기다.


소득파악률과 보험료 부담은 무관하다



자영업자의 실소득 접근율도 최근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국세청
에 따르면, 국민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24%
에서 2001년 34%로 오르는 등 몇년새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
다. 지난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는 전년보다 45만명(33.1%)이
나 늘어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 확대는 건강
보험과 국민연금 등 공적보험의 자영업자 보험료 부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직장가입자의 불만을 사는 고소득 자영업자는
거의 파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관건은 소득파악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소득파악은 재
정통합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문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
학)는 “소득파악은 소득이 드러나지 않은 극소수 고소득자와 다른 대
다수 가입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일 뿐, 지역가입자 전체와 직장가입
자 전체 사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창엽 서울대 교수
(의료관리학)도 “재정통합의 관건은 얼마나 합리적인 부과체계를 만
들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여태껏 비본질적인 문제에 매달려
싸워왔던 셈이다.

그렇다면 월급에 맞춰 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와 소득, 재산, 자동
차에다 경제활동 참가율까지 더해 복잡하게 보험료를 계산해내는 지역
가입자 사이에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를 만드는 건 가능할까.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정통합에 대비해 ‘보험료 부과체계에 관한 연
구’라는 방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이 연구보고서가 제시한 부과
체계 방안은 지역과 직장이 지난해 진료비 총액을 각각 계산해 따로
보험료를 매긴 뒤, 보완적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간단히
말해 지역이든 직장이든 각자 쓴 만큼 내면 된다는 얘기다.

이 연구보고서는 또 소득파악률과 보험료 부담은 관련이 없다는 사실
도 밝혀냈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를 지역가입자와 같은 방식으
로 대입한 결과 직장가입자가 지역가입자보다 부담능력 면에서 27% 정
도 높게 나타났다. 형평에 맞으려면 직장가입자가 그만큼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부담하는 보험료(2001년 5월 기
준)를 보면 사용주나 국고에서 지원하는 재정을 제외한 순수 본인부
담 월평균 보험료는 직장가입자가 2만8767원인데 비해 지역가입자는 3
만5919원으로 오히려 25%나 더 내고 있다. 재정통합이 오히려 봉급쟁
이에게 이익이라는 주장의 한 근거다.

그런데도 왜 재정통합 얘기만 나오면 ‘봉급쟁이가 봉이냐!’라는 선
동적인 주장이 거듭되는 것일까. 그것도 고양이 쥐 생각하듯, 주로 평
범한 봉급쟁이와 거리가 먼 집단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무슨 까닭일
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왜 귀찮게 굳이 재정을 통합하려 하
는가” 하는 정반대의 질문과 떼어서는 생각해볼 수 없다. 통합을 반
대하는 여러 세력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에 따라 동상이몽을 하고
있으나, 통합에 찬성하는 세력들의 입장은 훨씬 ‘통합적’이라는 사
실도 흥미롭다.


그들은 왜 재정통합을 두려워하는가


통합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비봉급쟁이’ 세력은 전경련과 경총이
다. 건강연대 조홍준 정책위원장(울산의대 교수)은 “자본의 부담 증
가를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가입자 보험료의 50%
를 부담하는 자본 입장에서는 재정이 통합되면 재정통합론과 궤를 같
이하는 보험급여 확대론에 주도권을 빼앗겨, 결국 자본의 보험료 부담
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또 장기적으로 4대보험(건강·고
용·산재보험 및 국민연금) 통합으로 이어져 사회보험 전반에 대한 부
담이 증가할 것까지도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분리론자 가운데 유일한 ‘봉급쟁이 집단’은 건강보험공단 내 직
장노조와 그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직장노조가
주장하는 건 재정분리가 아니라 조직분리다. 이들은 조직통합으로 직
장가입자 보험료가 책상에 앉아서도 수백∼수만명씩 한꺼번에 걷히는
것과 달리 가구별로 보험료 징수를 관리해야 하는 등 여러 면에서 근
무여건이 열악해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직장
노조의 저항으로 조직통합 1년 반이 넘도록 아직까지 업무통합과 통합
인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자본가들과 직장노조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한나라당
과 대한의사협회는 입장을 뒤집은 경우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
건강보험의 조직과 재정통합을 이회창 후보의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통합법안을 여당과 함께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해 갑자기 재정분리법안을 상임위에서 기습처리해, 오는 대선을 겨냥
한 정책 뒤집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협의 경우 특별한 이해관계
없이 재정통합에 찬성하던 방침을 뒤집음으로써, 현 정부에 쌓인 앙금
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익세력들이 각자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공통 대리인으로 내세운
‘봉급쟁이’들은 보험재정이 통합되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까. 보험가입자 입장에서 재정통합에서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것
은 보장성 확대다. 재정을 분리운영하면 직장이든 지역이든 적자를 보
는 쪽의 수준에 맞춰 보험급여를 결정하기 때문에 보험급여를 늘리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게 재정통합을 외치는 시민사회단체들
의 주장이다. 재정통합은 보험급여를 늘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
이다.


더이상 봉급쟁이를 도구로 삼지 말라!





지난 96년 국내 유수의 ㅅ그룹 의료보험조합은 적립금이 1070억원이었
다. 그러나 이 그룹 노동자들에게 그 돈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ㅅ
그룹 조합 형편에 맞춰 보험급여를 확대하면 적자상태인 다른 직장조
합이나 지역조합의 재정상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형
평성도 의료보험조합 시절이 훨씬 낮았다. 당시 서울 강남·서초지역
가입자보다 농촌지역 가입자가 오히려 많은 보험료를 냈고, 총보수대
비 보험료 부과비율에서 대기업 직장인보다 중소기업 직장인이 두배
가까이 높은 부담을 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처럼 의료보험조합 시절에는 직장조합끼리, 지역조합끼리도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었으면서도, 지역재정과 직장재정 통합에서 나
타날지도 모를 불확실한 형평성 문제만을 침소봉대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 아닐까.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같은 직장 안에서도 의료비를 더
쓰는 사람이 있고 덜 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직장을 그만두고 떠
나는 사람에게는 재직중에 쓴 의료비를 모두 계산해 평균보다 많이 썼
으면 되돌려 받기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대만에서는 목수와 양복점 주인, 음식점 주인이 보험료를 똑같이 낸
다.” 김창엽 서울대 교수는 “사회보험에서 가입자간 형평성을 100%
달성한다는 것은 실현불가능한 공상”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 자체가 사회보험의 근본취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
다. 김 교수는 또 “통합과 분리의 선택기준은 보험료도 낼 능력이
못 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떤 게 더 도움이 될지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사회적 연대와 통합이라는 사회보장의 일반원칙
을 되돌아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제 “봉급쟁이가 봉이냐!”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봉급쟁이들이 직
접 나서서, 봉급쟁이의 이름으로 이렇게 따져 물어야 하지 않을까.
“봉급쟁이가 당신들 봉으로 보이냐?”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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