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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운영에세이/ 이 시대의 우화
2001.12.13
공공철도 | 조회 97
[칼럼] /정운영에세이/ 이 시대의 우화/정운영/

4358명의 교통부 직원을 57명으로 줄였다는 뉴질랜드 정부의 개혁 소
문이 내게는 무슨 끔찍한 괴담처럼 들렸다. 그 나라 국민과 정부의 지
능지수가 두자리 숫자가 아닌 바에 57명이 할 일을 4358명이 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공무원을 그렇게 줄이면 정부 서비스도 그만큼 줄게
된다. 그것이 그냥 없애도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면 민간이 대신 맡
고, 그 제공과 수혜는 수익성의 원리에 지배된다. 그래서 적자 노선
은 즉각 폐지되며, 그 결과 오지의 기차 통학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낙도의 주민이 병에 걸리면 `곱게' 죽어야 한다. 그런 끔찍한 일을 과
연 개혁의 이름으로 찬양해야 하는가?

*끔찍한 `극단적 시장경제' 전염*

정부 개입은 악이고 시장 방임은 선이라는 `극단적 시장경제' 전염병
이 우리 사회에 유행하면서 뉴질랜드의 경험을 마치 신주 단지처럼 받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기업 민영화는 탕아를 회두시키는 최고의 처
방으로 간주되었다. 이는 정말 얼토당토않은 말씀이다. 정부 운영에
시장 원리를 들이대는 행위는 국정을 이윤 동기에 내맡기는 처사이
다. 공기업은 본래 공익을 위해, 국가의 경제 안보를 위해 이윤 동기
를 부분적으로 거부하고 세운 기관인데 거기 수익성의 척도를 갖다대
는 시도는 설립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탈선이다. 뉴질랜드 모형이란
요컨대 `정부의 시장화'이다. 생선을 파는 것이 주민등록을 떼어주는
일보다 수입이 많다고 동사무소를 어물전으로 바꿀 수 없다면, 정부
의 몫과 시장의 몫을 가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일정한 실적 계약으로 행정장관을 임명하고, 그 목표 달성 정도에 따
라 보수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뉴질랜드의 희한한 `장관 임용
시험' 역시 내게는 순리 아닌 억지로 느껴진다. 실제로 각료의 보수
격차가 1:2.25에 이르렀으니, 혹시 장관들 사이에 임금 투쟁과 재임
용 경쟁이 치열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런 구차한 얘기가 아니고 정
책 갈등이다. 예컨대 물가 억제 계약을 맺은 장관이 투자든 고용이든
모두 제쳐놓고 물가만 잡으려고 나설 경우 과연 그것이 국민경제를 위
한 최선의 길인지 의문이려니와, 투자와 고용을 맡은 장관 역시 자신
의 실적을 위해 이에 맞설 경우 그 마찰을 어떻게 푸는지도 적잖게 궁
금하다. 정부의 일은 출발부터 독점적이며, 그것은 경쟁의 효율을 위
한다고 대통령을 복수로 뽑지 않는 것과 같다.
정부의 효율을 작으냐 크냐로 따지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짓이
다.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가 좋고, 정부보다 시장이 낫다는 신앙은
이 시대의 우화일 뿐이다. 그것은 정부가 제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야유이고 복수이겠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정부를 대신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통화기금 개입을 자초한 일만 하더라도 시장
의 자유가 과도했기 때문이지 정부의 통제가 과다했기 때문이 아니
다. 그 위기 극복을 위해 공기업 매각을 도마에 올리는 것은 더욱더
잘못된 선택이다. 몇푼의 달러를 위해서든, 외세의 압력에 굴복해서
든, 시장경제 신조에 충실해서든 전력을 넘겨주고 제철을 팔아치우려
는 결정은 지금의 고통보다 더 혹독한 후환을 남길지 모른다. 은행 난
립을 부추긴 6공의 금융 자유화가, 국제통화기금 환난을 불러들인 문
민정권의 세계화가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보복하는지 목숨마저 버리
며 잔인하게 체험하지 않는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장은 큰 것에 대한 반발일 수는 있어도 진리
는 아니다. 크고도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의 하나가 스
태그플레이션 불황을 감내한 스웨덴의 경험이다. 경쟁력 잃은 `한계
업종' 조선공업을 살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레이거노믹스나 대처리
즘 따위의 설교를 일절 거절한 채 1977~79년 조선 근로자 전체 임금
의 120%를 업계에 보조금으로 주고, 실업 대책으로 정부 고용을 늘인
결과 1987년 전체 근로자의 33%를 정부 부문에서 흡수했다. 스웨덴 정
부는 사람을 앉혀놓고 돈만 뿌린 것이 아니다. 그들을 복지 요원으로
돌려서, 이를테면 노약자의 가정 진료 횟수를 종전의 곱으로 늘렸다.
반면 인원 감축으로 그런 서비스를 없애버린 것이 뉴질랜드 개혁의 `
효율'이다. 바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을 저술한 에른스트 슈마
허가 기업의 인수합병을 고발하고, 인간 중심의 경제학을 강조한 점
은 여기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하다.

장관 수입으로 높인 경쟁력이

정부의 낭비를 묵인하고 공기업의 비효율을 방치하자는 말이 결코 아
니다. 정부든 공기업이든 낭비와 비효율을 과감히 도려내는 수술의 필
요를 난들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장만이, 민영화만이, 외국인한
테 매각만이 살길이라는 고함소리는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곤
란을 틈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외세의 덫이 거기 놓여 있기 때문
이다. 나아가 복지 파괴에 따른 생활의 불안을 절감하고, 개방과 경쟁
의 논리로 장관조차 외국인을 채용하는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똑똑한
젊은이들의 이민이 늘어난다는 뉴질랜드 우화도 우리가 배울 모범이
아니다. 장관마저 수입하여 경쟁력을 높인들, 청년들의 탈출로 나라
가 빈다면 그 경쟁력이 무슨 소용인가? 우화는 우화로 족하다. <경기
대 교수·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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