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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협력을 왜하나.
2001.10.13
안티추미애 | 조회 126
한국정치에는 "초당적 협력"이란 말이 자주 사용된다. 어제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회창총재가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초당적으
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도 한 예이다. 그동안 정부 여당쪽에서 "초
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이미 상투화되어 있거니와 야당인 한나
라당조차도 남북문제, 경제문제,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협력
을 하겠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심지어 어제 민주당의 정동영최고위원
은 "2차추경예산을 초당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즉 정당들이 '초당적 협력'을 하자는 말을 해
도 되는 것일까?
물론 말이야 사회적 약속이기에 말의 의미 자체가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그러나 거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초당적'이라는 말은 정당을 초월한다는 말인데 과연 정당들이
자기 정당을 초월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며 또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이것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각 정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상대정
당에 협력할 것이 있으면 협력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정당을 초월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다. 남북문제든, 경제문제든, 민생문제든,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각 정당의 입장이 있게 마련이고 또 있어야 한다. 흔
히 '국가안보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든가 '민생문
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대단
히 잘못된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는가
에서 여야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민생문제에 있어서도 당연히
여야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차이가 있게 마련
이고 그래서 다른 정당을 하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에서나 다른 정도
라면 다른 정당을 할 필요조차 없다.

근본적으로 각 정당은 초당적일 필요가 없다. 자기의 주장과 정책
을 밀고나가고 상대방과 협력할 것이 있으면 협력하면 된다. 미리부
터 어떤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은 있을 필요가 없고 또 있
어서도 안 된다.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것 자체가 평소에는 당리당략
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왜 "초당적 협력"이란 말을 쓰기를 좋아할까? 이
런 말을 쓰는 것은 대체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초당적이
란 말은 주로 대통령이 국가안보나 남북문제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데, 이것은 자기의 정책에 이의 없이 따라오라는 말이다. 따라오지 않
으면 반국가로 매도하겠다는 뜻을 은근히 담고 있다. 사실은 상대방
을 협박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초당적이란 말이 자기 당을 초월해서 상대방을 포용하
는 의미라면, 여야당이 "초당적 협력"이란 말을 쓰는 것은 "초당적 협
력"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지극히 자기 중심, 자당 중심일 때 초
당적 협력이란 말을 쓴다.
이번에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대한 지원과 관련하여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는데, 이것은 전혀 상대 정당을 고려한 데
서 나온 발상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대해 각 정당이
당의 사활을 걸고 상대정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지 지원하겠다는 의
사를 표명한 것일 뿐이다. 즉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혹 미국의 부시정
권에 밉보일까 봐 경쟁적으로 미국에 대한 지원을 선언한 것일 뿐이
다. 이 과도한 사대주의 경쟁 속에서 혹 상대방에 대한 비협조가 미국
에 대한 비협조로 비칠까 봐 아예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말로 미국
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대한 "초당적 협력" 역시 초당적이기는
커녕 지극히 당리당략적이다.

한국정치가 얼마나 저급한가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치의 내용 자체가 수준 이하인 것이 문제지만 정치인
이 쓰는 말도 수준 이하이다. 보통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는 법인데 요
즘은 하도 정치의 수준이 낮아서 말조차 저급하다. 도덕적으로도 저급
하고 논리적으로도 저급하다.

엊그제 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보면
그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연설은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묻혀 별로 알려
지지 않았는데 그 내용이 대체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 것이어서 별
로 틀릴 것이 없었다. 정쟁을 중단하자면서 현 정부를 사라져야 할 정
부라고 규정한 것 등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사라져야 할 정부라
면 사라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할 일이지 정쟁중단은 무엇이고 협력은
또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 글이 야야 대표의 연설을 분석하
거나 비판하자는 글이 아닌 이상 더 언급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정동영최고위원 역시 정쟁중단을 요구하면서 초당
적 협력을 많이 제안했던데 자가당착도 보통 자가당착이 아니었다.
정위원의 연설은 한마디로 김대중대통령의 오기와 독선을 그대로 옮
겨놓은 것이었다. 과연 저런 식으로 얼마를 더 버틸끼 싶어 걱정스러
웠다.

우선 정위원은 정치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그래서 구시대정치를 청
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잘못된 정치와 구시대정치의 당
사자인 현재의 국회와 현재의 국회의원들은 해산하고 총사퇴하는 것
이 마땅할 것이다. 도대체 자기도 일원인 그 국회에서 그리고 동료 국
회의원들 앞에서 어떻게 그런 연설을 할 수 있는지 의아스러웠다. 그
연설을 듣고 앉아 있었던 국회의원들의 심경이 아마 대단히 편치 못했
을 것이다. 야당의원보다 여당의원들이 더 참담하지 않았을까 싶다.
혹 편가르기에 빠져 아전인수격으로만 생각했는지 모르겠으나 정신차
리고 들었다면 부끄러워 앉아 있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정쟁중단과 초당적 협력을 요구한 정위원의 이 연설은 그 연
설 자체가 정쟁의 선언이었고 상대당에 대한 원천적 부인이었다. 선전
포고와 타도선언을 하면서 정쟁중단과 초당적 협력을 하자고 하니 이
무슨 괴변인가? 그러나 사실은 이것이 "초당적 협력"의 본질이다. '초
당적 협력'이란 것이 본래 상대방을 부인하거나 협박할 때 쓰는 논리
이기 때문이다.
정위원은 그 연설에서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아 경제가 어렵다고 주
장하고, 특히 '한나라당의 의혹부풀리기는 정치적 테러'인 바, 이러
한 테러는 '국민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도덕적 범죄행위'라고 못박았
다. 테러에 대한 전세계의 분노가 들끓고 반테러전쟁이 진행중인 상황
에서 상대당을 테러집단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상대당과의 전쟁도 불사
하겠다는 선전포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범죄행위를 하는 집단을
그냥 두어서는 안될 것이니 당연히 한나라당을 해체하든가 타도해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상대당과 '초당적 협력'을 하자는 것은 괴
변중의 괴변이다. 상대당과의 '초당적 협력' 때문에 결국 상대당 타도
선언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초당적 협력의 본질이다. 앞으로 '초당
적 협력'이란 말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초당적 협력과는 정반대되
는 '거당적 정쟁'이 격화될 것이다. 관전자 입장에서는 누가 더 사기
를 많이 치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정쟁이나 상대당 타도를 잘못이라고 해서 이런 지적을 하는 것
이 아니다. 그리고 정쟁도 정쟁 나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정
쟁이나 상대당 타도를 잘못이라고 보지 않는다. 싸워야 할 때는 싸워
야 한다. 지금처럼 집권세력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싸우지 않는다면 그것은 야당이 아니다. 그래서 정쟁을 중단할 때도
아니고 초당적으로 협력할 때도 아니다. 당의 이름을 걸고 제대로 국
정을 운영하거나 운영하게 하기 위해 싸워야 할 때이다. 정쟁중단이
나 초당적 협력이니 하는 국민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말의 유희나 할
때가 아니다.
더욱이 그런 허구적인 말 때문에 더 추잡한 정쟁을 벌이겠기에 그
런 말을 쓰지도 말아야 한다.

여야정치권의 맹성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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