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모여 | 2001.07.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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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 | 조회 266 | ||
[한겨레21/특집] 지식인들 “헤쳐 모여!” [ 특집 ] 2001년07월11일 제367호 지식인들 “헤쳐 모여!” 언론을 둘러싼 날카로운 대립전선… 모든 분야에서 이념적 차이가 두 드러지는 계기가 될 것인가 예술가와 정치인이 다툰다. 좀처럼 보기드문 장면이다. 소설가 이문열 이 한때 (혹은 지금) 정치에 뜻을 뒀다거나 현역 국회의원 추미애가 어려서 문학소녀였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두 사람은 수십년 동안 살아오면서 부딪칠 일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서로 대 놓고 가시돋친 설전을 퍼붓는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예술가와 정치 인이라는 머나먼 직업의 경계와 차원을 허물어버린 게 틀림없다. 그 게 무엇일까. 소설가와 국회의원의 싸움 소설가 이씨는 <조선일보>에 ‘신문없는 정부 원하나’라는 제목의 칼 럼을 썼다. 공식적으로 참여문학을 표방한 적이 없는 이씨였지만, 언 론사 세무조사문제를 ‘마주보고 달리는 두대의 기관차’에 비유하 며,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정치적 이슈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이 씨의 결론은 “나는 언론쪽에 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독 자들은 그가 가리키는 언론이 ‘특정신문들’(혹은 ‘빅3’나 ‘비판 언론들’)이라는 사실을 행간에서 어렵지 않게 읽는다. 추 의원은 이씨의 이런 글쓰기를 ‘곡학아세(학문을 왜곡해 세상에 아 부하는 일)’라고 못박으며 “언론을 통해 성장한 지식인들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문제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추 의원이 이씨와 문학 논쟁을 하려 했던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의 말에서 문학적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능력에서 추 의원은 처 음부터 이씨와 견줄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씨를 소설가보다는 정치인으로 인식했음직하다. ‘곡학아세 논쟁’이 달아오르자 이씨는 다시 <동아일보>로 옮겨 반론 을 폈다. 이씨는 이 글에서 “문화인들도 정치와 연결을 가질 수는 있 겠으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문화인을 이처럼 정치적 인 눈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은 왜 이씨의 ‘순수한 문화활동’에 정치색을 씌우려는 것일까. 그가 80 년대 말 전교조 사태나 임수경씨 방북사건 때 방송에 출연해 ‘군사부 일체’나 ‘예수’를 거론했을 때만 해도 사정은 이렇지 않았다. 그 는 나름대로 초지일관하는데, 세상이 달라진 것일까. 당장 확실한 건 양쪽 사이에 ‘언론’이라는 화두가 놓여 있다는 사 실 하나뿐이다. 언론을 사이에 두고 문화가 곧 정치가 되고, 정치는 다시 문화가 되는 (혹은 그런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일이 눈앞에서 벌 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문제는 직접적으로는 언론사와 정권간의 문제다. 크게 봐도 언론사와 언론사간의 문제일 뿐이며, 여 와 야 사이의 문제로까지 설명하자면 제법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하 다. 이들 사이에는 지금 열전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미 전선은 훨씬 넓게 확대돼 있다. 얼핏 한국사회의 ‘지성 대회전’으로까지 비친다. 언론학자들이 이번 싸움에 이러쿵저러쿵 훈 수두는 것이야 본연의 업무일 수 있지만, 이문열씨를 비롯해 복아무 개, 다른 이아무개씨처럼 자칭 “순수하게 창작만 한다”는 묵객들까 지 줄줄이 논쟁에 뛰어들고 있는 건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순수할지는 모르지만, 매우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리 근대사에 이런 일은 드물었다. 소설가와 국회의원도 이런 국면에서 지 금 맞붙어 싸우고 있다. 갑돌이와 갑순이, 철수와 영희의 선택 . . 뉴스타운 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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