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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안 듣는다
2001.06.27
최영 | 조회 198
극도로 의심이 많은 정신의학적 상태 중 편집증이 있다. 영어로는 파
라노이아(paranoia)라고 하는데 그리이스 어의 para(beside)와 nous
(mind)에 뿌리를 둔 것으로, 마음을 벗어난 상태, 마음의 결함이나 이
상을 뜻한다.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핵심 증상이다. 대표적인
편집 상태 중 하나가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다. 이 편집증은 치료하는
데 힘이 많이 든다. 진실한 말로 설명해주어도 그 설명 뒤에 뭔가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또 의심하기 때문이다. 논리나 이성으로 고쳐
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편집증은 물론 정신병적인 증상의 하나지만, 소위 "정상"이라며 일
상 활동을 하고 있는 정치인, 폭력배, 국수주의자 집단, 사이비 종교
집단, 테러리스트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집단의 구성원이 생
각하는 방식의 특징은 흑백논리이다. 즉, 나는 옳고, 나와 의견이 다
른 모든 사람은 적이라는 극단적 사고를 한다. 상대방의 사상과 믿음
은 틀린 것이요, 내가 믿는 종교만이 진리이며, 특정 집단을 제거해
야 세상에 평화가 온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다. 독일의 나치
스가 자행한 유태인 학살에도 이 편집증의 심리가 배경에 깔려있다.

Norman Cameron이란 학자는 이 편집증이 생기기 쉬운 일곱가지의 상황
을 설명하였다. 상대방으로부터 학대를 받을 것만 같은 예상이 들
때, 불신과 의심을 조장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
우, 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상황, 자존심을 깍아 내리는 경험을 하게
될 때, 남의 모습에서 자신의 결함을 바라보게 되는 경우, 그리고 특
정한 사건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어떤 숨겨진 의미나 동기가
숨어있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상황들이 그것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 빠지면 인간은 불안해진다. 그래서 그 무언가가
잘못되어있다고 생각하고는 나름대로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려
고 노력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상상 속이건 실제하는 인물이건 그
누군가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자기를 해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확신을 마음속에 품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고 자신의 공격성을 정당화해
서 복수의 칼날을 뽑을 대상이 선택되게 된다. 이것이 편집증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설명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이런 편집증의 생성 과정이 있는 그대로 21세기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의료현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라
는 것, 그리고 돈이 훨씬 더 들어가는 제도라는 것을 감추고 의약분업
을 강행한 정부, 그리고 그 정부의 편을 들었던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
는 여전히 의약분업의 실패를 감추고 재정파탄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 넘기기 위해 국민의 의사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한다. 의사는 환자
의 돈을 빨아먹는 흡혈귀와 다름없고 의료보험 재정의 파탄은 모두
다 의사 탓이라고 매도한다. 아니, 이것이 대부분의 의사들이 현 상황
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환자는 진료실에서 이 의사가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쓸
데 없는 치료를 권유하는 것은 아닌지, 하루이틀만 먹어도 될 약을 일
주일 동안 먹으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 자신이 내야할 돈 보다
더 많이 착취해가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한다. 그래서 이 의사, 저 의
사, 그리고 또 다른 병원을 반복해서 전전한다. 그리고 몇 달 뒤 보험
공단의 진료내역조회가 담긴 엽서를 받아들면서 그런 의심의 꼬리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던 자녀가 몇 년 후 야뇨증
이 생기면, 혹시 몇 년 전 찰과상을 치료했던 의사가 큰 병원에 보내
서 정밀검사를 했어야 되는데 잘못해서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은 아닌
지 더 큰 병원에 가서 따져보게 된다. 꼬투리만 잡히면 극단적인 분노
가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복지부의 발표를 그대로
반복하는 이런 저런 신문방송의 보도는 현재는 건강한 일반 국민들에
게도 잠재적인 "의사 편집증"을 주입시킨다.

의사는 제대로 된 진료를 양심껏하면서도 받고야 마는 상대방의 의심
스런 눈초리에 서운하다. 정당하게 시행된 진료행위의 비용을 자신들
이 부당하게 삭감하면서도, 의사에게 부당청구의 누명을 씌우는 정부
에 분노한다. 전산입력 하나 잘못하면 70세 노인에게 출산을 시켰다
는 언론 보도가 나올지 모르므로 확인 또 확인을 해야 한다. 의료보험
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돌아가신 다른 분의 보험증을 대신 가지고 온
것을 모르고 진료하게 되면, 사망한 사람의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했다
는 누명을 쓰는 것이 필연이므로 환자 사진이라고 일일이 챠트에 붙여
야 되는 것 아닌가를 고민한다. 기계가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
문에 의료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의 덪에 걸려 사고
라도 날라치면, 그것이 불가피했다 할 지라도 뒤 따르는 무단 점거농
성 때문에 자신의 명예가 날라갈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만에 하나를
위해 방어진료를 하게 된다. 의사 역시 분노의 화살을 마음 속에 품
고 있게 된다.

편집의 대가는 불행 그 자체다. 의처증 환자의 가정이 행복할리 없
다. 종교 전쟁이 인류 문명을 얼마나 뒤로 퇴보시켰는지, 나치스의 광
란이 수백만의 생명을 앗아간 사실을, 지역감정의 회오리가 대한민국
을 얼마나 오랜 동안 괴롭혀 왔는지를 우리는 기억한다.

요즈음 필자는 한국 의료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한다. "콩으로 메주
를 쑨다 해도 곧이 안 듣는다."는 속담은 국민의 마음 속에는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의사의 마음 속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아주 깊이
자리 잡고 말았다. 편집증의 치료가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아는 정신과
의사로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편집증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 것인가 답
답하기만 하다.

필자는 진단한다. 이 편집증을 조장하는 집단이야 말로 정말 심각한
병적인 편집증이라고.... 그리고 기억한다. 독일의 나치스는 "반면 교
훈"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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