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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폐업의 이유 (주간 조선, 2000. 9)
2001.06.27
의사 | 조회 184
정책으로 보호받지 못한 의권이 폐업 불러


정부는 왜 의사들 권리를 빼앗고 국민들에 고통을 강요하는가?

지난 8월 시작된 의료계의 2차 폐업에서 의사들의 목표는 단 하나,
‘의권 쟁취’로 요약된다.

의권은 의사들의 고수입,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의권은 사실상 환자의 권리로 병에 걸린 사람들은 누구나 최선의, 최
상의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할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의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질병 치료의 전문가인 의사에게 치료
받는 것이며, 비전문가들이 의사의 의학적 결정(medical decision
making) 과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지난 8월 16일 경실련과 노동단체 회원 300여명이 서울대 병원 앞
에서 정부의 무원칙한 의료행정과 의사들의 폐업 철회를 촉구하는 시
위를 벌이고 있다.

승객을 가득 태운 채 비행 중인 여객기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비행 전문가인 기장이 책임지고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만이 승객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스튜어디스나 승객 대표, 혹은 항공사 직원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거
나 민주주의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우기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의권이 보장되지도 보호받지도 못하
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이 주요한 원인이다.

그럼에도 현 의료사태의 해결과정에서 정부는 이같은 잘못을 시인하기
는커녕 의사들을 ‘돈만 밝히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어 의료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싸구려 검사와 처방 강요하는 꼴

한 예로 어떤 사람이 심한 두통과 구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의사는 뇌종양을 의심하여 CT촬영을 실시하였다.

다행히 결과는 정상이었다.

여러 가지 진찰과 검사 끝에 급성위장염에 걸린 것으로 진단되었다.

환자는 약을 받아 돌아갔고 병원에서는 CT촬영료를 포함한 진료비를
의료보험공단에 청구하였다.

그러나 공단은 “단순한 위장염 환자에게 값비싼 CT촬영을 한 것은 과
잉 진료”라며 일방적으로 촬영료를 삭감했다.

손해가 막심한 병원 경영진은 의사에게 “앞으로는 CT촬영을 하지 말
거나 환자가 정 원하면 일반 수가로 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아무리 환자가 원한다 해도 보험 항목인 CT촬영을 일반 수가
로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위법이다.

나중이라도 환자가 촬영료를 돌려 달라고 하면 병원으로서는 거절할
방법이 없다.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할 위험성이 큰 환자가 정신과를 찾아왔다.

환자는 입원 권유를 거절했고, 웬만한 우울증 약은 입마름, 변비 등
부작용이 심해서 안 먹겠다고 우긴다.

의사는 하는 수 없이 비싸기는 하지만 효과도 빠르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 새로운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입원을 하지 않는 대신 2~3일에 한
번씩 면담치료를 하도록 권유하고 실행하였다.

다행히 환자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다시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게 되
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보험공단에서는 “싼 우울증 약도 많은 데 왜 비싼
약을 처방했느냐”며 일방적으로 진료비 지급을 거부하였다.

그리고 환자에게는 친절하게도 ‘언제 어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
은 과잉 진료를 받은 것입니다’라는 편지와 함께 몇푼의 환급금까지
지급한다.


영문을 모르는 환자는 그 의사가 내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분개한다.

이런 일을 반복해서 당하다 보면 의사들은 자연히 위축되고 그저 싸구
려 약, 싸구려 검사, 싸구려 치료만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만 혼자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 교과서적 진료를 하겠다고 우길
수 없게 된다.

그랬다가는 병원에서 쫓겨나고, 개원의는 폐업을 해야만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검사를 받으려면 국내의 좋은 시설, 좋은
의사 다 놔두고도 외국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말이 된다.


최근 의약분업과 관련해 소위 상용약품 600개를 지역 의약분업협력위
원회라는 곳에서 정한다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기를 찾아 오는 환자들에게 어떤 약을 쓸 것인지는 의사가, 오직 의
사만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이러한 약을 주로 쓰니 미리 준비해 주십시오”라
고 인근 약국들에 통보해주고 약국은 이에 따라 약을 준비하면 된다.

“실제로 환자에게 써 보았더니 어떤 약이 잘 듣고 어떤 약은 안 듣더
라”는 것을 의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ㆍ약사의 담합을 막기 위해, 약국의 재고 부담
을 덜어주기 위해 등등의 구차한 이유를 대가면서 의사가 처방할 수
있는 약을 비전문가들과 합의해서 정하라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
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의사가 스스로 쓸 약을 결정하지 못하고, 꼭 필요해서 상용약품 600개
에 해당되지 않는 약을 처방할 경우에는 약사가 멋대로 다른 약을 주
어도 되는, 그리고 그 사실을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알려줄 의무가
없는 약사법하에서는 의권은 이미 간 데 없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직장 일을 하며 아이 셋을 키우는 젊은 엄마가
있다.

어느 날 밤 여섯 살짜리 둘째가 열이 나고 기침을 몹시 심하게 하여
아이들을 업고 걸리고 안고 하여 응급실로 달려갔다.

의사는 급성인후염으로 진단하고 빨리 항생제와 해열제 등을 써야 한
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의약분업하에서는 3세 이하의 소아가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
는 경우에만 응급환자로 간주하여 병원에서 직접 약을 투여할 수 있다
는 규정 때문에 의사는 처방전을 써주고 약국에서 약을 사오도록 할
수밖에 없다.

아이 엄마가 다시 두 아이를 데리고 심야에 문을 연 약국을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사이에 응급실에 누어 있던 아이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
져 열 경기를 하고 의식까지 희미해져 갔다.

이런 일이 언론에 알려지자 정부는 다음날 바로 규정을 바꾸어 밤 10
시 이후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은 모두 응급환자로 간주해서 병원에서
직접 약을 줄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병원과 약국을 왕복해야 하는 의약분업을 번거롭게
생각하던 많은 환자들이 10시 정각에 우르르 응급실로 몰려 들어 정
작 응급환자를 볼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도대체 응급환자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의사 면허도 없는, 그리고 실제
로 현장에서 환자를 보지도 않는 정부 관리가 정해줄 수 있는가?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가 난치성 피부병을 고쳐 줄 수 있고, 위궤양,
정신병까지 상담한다고 선전하거나 환자 치료에 있어 의사와 약사의
역할이 동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된 지식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
다.

그런데도 “간단한 질병은 동네 약국에서 치료 받으시라”는 웃지 못
할 광고까지 냈던 보건복지부, 그리고 시민단체는 아직도 “의사와 약
사는 동등한 파트너인데도 의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독선을 부려
서 의료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을 태연히 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시민단체가 조언과 감시, 비판의 기능을 넘어서 약품 선정 과정 등에
도 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언론사 편집회의, 대기업 경영회의
에 시민단체가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거꾸로 가는 신지식인 양성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은 의료정책에
대한 한ㆍ미 양국간 철학과 식견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민의 생사에 직결된 의학적 결정을 의사면허도 없이, 그저 회계
나 봐야 할 보험공단 관리들의 손에 맡기는 것은 무조건 잘못된 일입
니다.

그들은 신의 역할을 할 아무런 권한도 없습니다.

이제는 의학적 결정권을 보험공단과 보험회사의 손에서 되찾아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 전문가에게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같은 시각,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거나 집단이기주의
를 강압으로 관철시키려는 것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집단이기주의
나 강압에 굴복하면 나라의 경영이 어렵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
다.

국민의 정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 지식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선진 지식정보화사회 구현’ ‘신지식인 양성’은 현 정부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이것은 또 하나의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지식인 사회, 그것도 나랏돈 한 푼 안들이고 오
직 개개인의 자기 투자와 노력으로 세계 수준의 의술을 실현한 대표
적 지식인인 의사 사회를 무너뜨리고 도대체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정
부가 지식 정보화사회를 구현할지 궁금하다.

(임기영 아주대 의대 교수·정신과ㆍ사회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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